전후50년을 향한 무라야마 토미이치(村山富市) 내각총리대신의 담화 1994년8월31일
내각총리대신 무라야마 토미이치
내년에 전후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저는 이를 앞두고 먼저 한국을 방문하였고 또 이번에 동남아국가들을 방문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 중요한 전기의 해를 진정으로 의미 있는 해로 하기 위해, 현재 정부가 어떠한 대외적인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해 기본적인 방침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
일본이 과거 한 시기에 실시한 행위는 국민에게 많은 희생을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근린국가 국민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습니다. 저는 일본의 침략행위나 식민지 지배 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과 슬픔을 초래한 것에 대해 깊은 반성의 마음에서 부전(不戦)의 결의하에 세계평화의 창조를 위해 힘을 기울여 나가는 것이 앞으로 일본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아시아 근린국가 등과의 관계의 역사를 직시해야 합니다. 일본국민과 근린국민들이 손을 잡고 아시아•태평양의 미래를 열어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 아픔을 극복하면서 구축하는 상호이해와 상호신뢰라는 부동의 토대가 불가결합니다.
전후 50주년이라는 전기를 내년에 앞두고 이러한 인식을 굳건히 하고 평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전후50주년에 해당되는 내년부터 다음 두 가지 골자로 구성된 '평화우호교류계획'을 출범시키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기 위해 역사도서•자료 수집, 연구자에 대한 지원 등을 하는 역사연구지원사업입니다.
두 번째는 지적교류나 청소년교류 등을 통해서 각계각층에서 대화와 상호이해를 촉진시키는 교류사업입니다.
이 외에 본 계획 취지에 비추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사업에 대해서도 이를 대상으로 하고자 합니다.
또 이 계획 중에서도 예전부터 그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는 아시아역사자료센터 설립에 대해서도 검토해 나가고자 합니다.
본 계획의 대상지역은 일본에 의한 과거의 행위가 사람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큰 상처를 남기고 있는 아시아 근린국가 등을 중심으로 기타, 본 계획의 취지에 비추어 적합한 지역을 포함하기로 합니다.
이 계획하에서 앞으로 10년간에 1000억엔 상당의 사업을 새로이 전개해 나가기로 하고 구체적인 사업에 대해서는 내년도부터 실시할 수 있도록 현재 정부내부에서 준비중입니다.
- 소위 종군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명예와 존엄성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이며 저는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반성과 사죄의 뜻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일본은 이러한 문제도 포함하여 지난 역사를 직시하고 바르게 후세에 전달하며 아울러 관계국가들과의 상호이해를 한층 증진시키는 것이 일본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본 계획은 이러한 마음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또한 이상과 같은 정부의 계획과 함께 이 마음을 국민 여러분과도 공유하기 위해 폭넓은 국민참여의 길을 같이 탐구해 나가고자 합니다.
- 또 정부는 여성의 지위향상 및 여성의 복지 등의 분야에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여성의 인권문제나 복지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베이징에서 여성의 지위향상에 대해 검토하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행동의 지침수립을 목표로 한 '제4회 세계부인회의'가 개최됩니다. 이러한 활동도 토대로 삼아 정부는 앞으로 특히 아시아의 근린국가들에 대해, 예를 들어 여성의 직업훈련을 위한 센터 등 여성의 지위향상 및 여성의 복지 등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한층 더 중시하고 실시해 나가겠습니다.
- 그리고 정부는 '평화우호교류계획'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에도 성의 있게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그 하나는 재사할린 '한국인'의 영주귀국문제입니다. 이것은 인도적 관점에서도 방치할 수 없는 것이며, 한국, 러시아 양정부과 충분히 협의한 후에 신속하게 일본이 지원책을 결정하고 순차적으로 실시해 나갈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대만 주민에 대한 미지불급여나 군사우편저금 등 장기간 미해결 상태였던 이른바 확정채무문제입니다. 채권자의 고령화가 현저히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도 포함해, 이를 기회로 조속히 일본의 확정채무 지불을 이행하기 위해 정부로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 전쟁이 끝난 지 벌써 반세기, 전쟁을 체험하지 않는 세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오늘날이야 말로 과거의 잘못에서 시선을 돌리지 말고 다음 세대에게 전쟁의 비참함과 이로 인해 수많은 귀한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항상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은 정치나 행정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과 함께 스스로에게 부과해야 할 책무라고 저는 믿습니다.
|